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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가피한 사정으로 대체운행 …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은 부당해고”
 ▲ 화성시 공용버스<화성시청>
새벽의 긴급한 돌봄 공백이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아이를 홀로 둘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동료에게 일부 구간 대체운행을 부탁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징계와, 이를 근거로 한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는 모두 위법하다는 결론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6-3행정부는 화성시 공용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던 ㄱ씨가 화성도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2·3살 어린 손주 홀로 둘 수 없어 동료에게 도움 요청
사건은 2021년 3월10일 새벽 발생했다. ㄱ씨는 당시 이혼한 아들과 두 살, 세 살 된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날 아들이 밤새 귀가하지 않으면서 새벽 출근을 해야 하는 ㄱ씨는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어린 손주들만 홀로 집에 남겨둘 수 없었던 그는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즉시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오전 6시30분에 출발해야 할 버스 운행 시간이 다가오자 ㄱ씨는 승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료 기사 ㄴ씨에게 연락했다. 시각은 새벽 5시51분께였다. ㄱ씨는 아이돌봄 교사가 오전 7시에 도착하면 그때 출근해 남은 구간을 운행하겠다며 일부 구간의 대체운행을 부탁했다.
회사는 이를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ㄱ씨에게 정직 5일의 징계를 내렸다.
‘우수’ 평가에도 0.1점 차로 탈락
문제는 이후였다. ㄱ씨는 기간제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위한 심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해당 징계 이력과 근무평가 점수가 반영되면서 전환 기준인 80점을 넘기지 못했다.
ㄱ씨는 근무실적(60점)과 근무수행능력(30점) 전 항목에서 모두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공사는 당시의 대체운행을 문제 삼아 직무수행태도 항목에서 10점 만점 중 5.9점만을 부여했다. 그 결과 ㄱ씨의 총점은 77.9점으로, 기준에 0.1점이 부족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용자쪽은 ㄱ씨의 대리운행 요청이 절차를 위반했고 관리·감독 체계를 흔들 수 있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쪽 주장을 받아들여 ㄱ씨의 계약종료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당시 회사에 긴급 상황을 대비한 예비 운전기사나 즉각 가동 가능한 연락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ㄱ씨가 사전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즉시 제공이 불가능했고, 은폐나 허위 운행기록 작성, 단말기 아이디 대리 입력을 요청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ㄱ씨의 행위는 개인적 편의를 위한 무단결근이나 업무 회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불가피한 상황에서 운행 공백과 승객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정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징계 자체가 위법한 이상, 이를 전제로 감점해 전환을 거부한 결정 역시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환 심사에서 요구되는 공정성·객관성·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ㄱ씨에 대한 정직은 위법하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도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진욱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최근 중노위와 화성도시공사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ㄱ씨 복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돌봄 공백이라는 개인의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마저 사실상 차단된 상태를 징계 사유로 삼고, 나아가 고용 안정의 문턱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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